어머니
가슴이 미어져 차마 부를 수 없는 이름
그 모습 떠올리면 가슴에 눈물이 흐른다
아들의 눈물을 보며 무심히 바라보시던 눈빛
망각의 이십 년
남들은 죽은 어머니 무덤 앞에서 흘리는 눈물이
살아 있는 어머니 앞에서 피눈물 흘린다
감당하기 힘든 아내의 역할이었던가
너무나 버거운 어머니의 역할이었던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인생이었던가
모든 것을 놓아버린 어머니
아들이 인생 방황할 때
어머니도 길을 헤메고 계셨었나요
아들이 삶이 힘겨워 신음하고 있을 때
어머니도 어머니의 일생이 힘겨워 우셨던가요
운명처럼 닥쳐온 시대의 비극 속에
아물 수 없는 생채기처럼 내동댕이쳐진 삶이었던가요
육 이오
모든 사람들의 꿈을 앗아간 역사
창경궁 나들이 가던 추억이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스무 살
포성 속에 지워져버린 약혼자의 기억이
피난처에 버려진 어머니의 일생을 아프게 했던가요
어릴 때 들려주시던 서울 이야기가
가끔 꺼내어 보여주시던 그 사진들이
어머니에게는 눈물이었던가요
십 년 만의 해후
떠나올 때가 두려워 가지 못했던 어머니 곁을
강하게 잡아끌던 그 무엇이
이 땅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예감하는 것인가요
잠 못드시는 어머니 부둥켜 안고 한 밤 지새운
그 안타까움이 나를 절망하게 한다
이 모든 인생의 고통, 슬픔 거두기 위해
십자가에 피흘리신 하나님의 사랑이 무색해진다
어머니와 나눌 수 없는 이 사랑
나의 하나님 어쩌란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