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계절에도 가을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입니다. 바람이 불면 우수수 떨어지는 낙옆처럼 우리 몸에 붙어있던 많은 욕망과 치장들이 번색되어 하나 둘씩 떨어져나가는 가을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을이 없이 겨울을 맞이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럽고 두려운 것입니다. 겨울은 오직 생명과 생명이 만나는 계절입니다. 겨울은 생명 외에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 계절입니다.
자연의 순리 앞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숨결을 느껴야 합니다. 자연의 순리는 하나님의 편지입니다. 오랜 세월 인간만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려 역리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역리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에게는 가을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오직 봄과 여름만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날 당혹스럽게 겨울을 맞이하였습니다. 여름 날의 외식과 치장이 겨울을 지킬 수 없습니다. 겨울은 오직 생명의 계절입니다. 우리는 깊어가는 이 가을에 생명의 본질이 아닌 외식과 형식과 가식의 치장들을 떨구어버리는 인생의 가을이 되어야 합니다.
역리의 길을 택하여 나아간 아담과 하와는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몸을 가렸습니다. 그러나 허위와 가식으로 진실을 가릴 수 없습니다. 외식으로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같이 드러나게 됩니다.자연의 순리에서 벗어난 인간은 가을을 거부하지만 어느 날 겨울은 불가항력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겸손의 계절 가을은 우리에게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하라는 하나님의 편지입니다.
십자가는 겨울을 준비하는 인생의 가을입니다. 십자가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허위와 가식의 너울을 다 벗어버리고 오직 생명을 직시하는 겨울의 문턱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가을에 우리는 봄의 환희와 여름의 열정을 다 벗어버리고 오직 믿음의 소망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인생의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