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 – 기다림의 시간들

김 선 태 목사
June 04, 2016
나팔소리
부화 – 기다림의 시간들
Summary

집에서 가까이에 호수가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그 호수를 여섯 바퀴씩 뛴다. 내가 하는 유일한 운동이다. 여섯 바퀴를 뛰는데 50분 쯤 걸린다. 거기에서 늘 보게 되는 것이 거위들이다. 매년 5월 쯤이면 또 보게 되는 것이 거위 병아리들이다. 어느 해에는 호수가에 거위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거위들은 호수를 중심으로 그렇게 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도 두 배의 거위 병아리들이 깨었다. 처음에 봤을 때에는 다섯 마리와 네 마리의 병아리를 거느린 두 가족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새끼들이 여섯 마리로 줄어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섯 마리가 가족 구분이 없이 섞이어서 어미 거위 네 마리가 앞뒤로 호위를 하면서 다니고 있었다. 이동을 할 때에는 엄마 거위 둘이 나란히 앞서가고 중간에 새끼들을 보호하며 뒤에 아빠 거위 둘이 나란히 따라가는 모양이었다.

집에서 가까이에 호수가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그 호수를 여섯 바퀴씩 뛴다. 내가 하는 유일한 운동이다. 여섯 바퀴를 뛰는데 50분 쯤 걸린다. 거기에서 늘 보게 되는 것이 거위들이다.

매년 5월 쯤이면 또 보게 되는 것이 거위 병아리들이다. 어느 해에는 호수가에 거위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거위들은 호수를 중심으로 그렇게 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도 두 배의 거위 병아리들이 깨었다. 처음에 봤을 때에는 다섯 마리와 네 마리의 병아리를 거느린 두 가족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새끼들이 여섯 마리로 줄어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섯 마리가 가족 구분이 없이 섞이어서 어미 거위 네 마리가 앞뒤로 호위를 하면서 다니고 있었다. 이동을 할 때에는 엄마 거위 둘이 나란히 앞서가고 중간에 새끼들을 보호하며 뒤에 아빠 거위 둘이 나란히 따라가는 모양이었다.

그 호수보다 더 가까이 바로 집 뒤편에 물을 가두어 놓은 큰 연못같은 것이 있다. 그 주위로 철조망을 쳐놨기 때문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물가 풀섶에 거위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을 어느 날 알게 되었다. 그 때가 4월 말쯤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암컷이 알을 품고, 철조망 밖에서는 수컷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며 거위 병아리들이 깨어나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어릴 때 시골 집에서 닭이 병아리를 깨는데 3주쯤 걸렸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또 거위가 알을 품기 시작한 시점을 모르기 때문에 어림잡아 기다렸지만 병아리는 나오지 않고, 어미 거위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온도가 낮았던 5월 긴 날들을 하염없이 알을 품고 있었다. 수컷 역시 같은 날들을 첨조망 밖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수시로 덱크에 나아가 그 상황을 지켜보며 병아리들이 깨어나오기를 기다렸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떠난 우리를 찾아오셨다. 예수님은 우리 영혼을그 사랑의 품에 품고 영원한 하나님의 생명을 불어넣으시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암탉이 알을 품듯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같이 십자가에 피흘리기까지 우리 영혼을 그 사랑의 품에 품으셨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것은 하나님께서 자기의 뜻을 좇아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신 것이다. 우리는 진리의 말씀을 듣고 믿어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난 것이다. 하나님의 생명을 받은 자는 이제 보혜사 성령의 은혜 안에서 영의 양식인 말씀을 먹고 자라갈 것이다. 그래서 또 때가 되면 병아리가 어미 닭이 되듯이 주님의 사명을 감당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병아리가 자라서 어미 닭이 되고 그 어미 닭이 다시 알을 낳고 병아리를 까듯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영혼을 가슴에 품고 그리스도의 생명을 불어넣는 전도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닭이 알을 품는 기간은 3주이지만 거위가 알을 깨는데는 34일이 걸린다. 이처럼 한 생명을 낳고 또 양육하는 데는 희생과 기다림의 시간들이 필요하다. 한 인간이 이 세상에 육체로 태어나는 데도 어머니의 몸에서 10개월 그리고 성인이 되기까지 긴 날들이 필요하다. 하물며 죄로 죽었던 인간이 하나님의 생명으로 거듭나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자라가는데는 복음 안에서 누군가의 희생과 사랑과 긴 기다림의 시간들이 담기는 것이다. 전도자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으로써 너희를 낳았다고 했다(고전4:15). 그리고 나의 자녀들아 너희 속에 그리스도의 형상이 이루기까지 다시 너희를 위하여 해산하는 수고를 한다고 말했다(갈4:19).

일주일 전쯤부터 알을 품고 있던 어미 거위가 둥지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탈이 잦아지는 것 같더니 이제 아예 둥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알은 하얗게 보이는데 어미는 다시 알을 품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지켜보다가 너무 궁금해서 철조망을 넘어 둥지로 가보니 주먹만한 알이 네 개가 있었다. 내가 둥지로 다가가니까 철조망 밖에 있던 어미가 날라들어와서 알을 보호하려는 듯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물러나왔지만 다시 알을 품지는 않았다. 아마도 부화에 실패한 것 같다. 꽤 온도가 낮았던 5월 비오는 밤에도 꼼짝않고 알을 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부화일을 넘어서도 병아리는 깨어나오지 못하고 어미는 또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오늘도 어미는 철조망 밖에서 둥지를 멀리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암컷은 알을 품느라 몸이 수컷의 절반 만큼 줄었고 바짝 말랐다. 계속 풀을 뜯어먹고 있다가도 사람이 가까이 지나가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다른 거위들이 철조망 가까이 다가오면 부부가 온 힘을 다해서 그것들을 멀리 쫓아낸다. 하나님이 주신 부화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어미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부화의 삶이다. 하나님이 주신 꿈이다. 생명의 기쁨이 있지만 아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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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 태 목사

Writer at Carmen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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